맥도날드·스타벅스 `車안 주문` 340곳으로 급증
쓰레기 수거 안한다고 하니 오물 휙 던지고 사라지기도

■ 운전대 잡으면 더 세지는 갑질에 알바생 눈물

`쓰레기 수거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매장. '고객님의 쓰레기 일체를 수거해 드리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국내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스루 매장 곳곳에 '더 이상 고객들의 쓰레기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속속 걸리기 시작했다. 드라이브스루는 지정된 주행로를 따라 운전하며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문·계산·수령 과정을 한번에 해결하는 서비스다. 자동차 보급 증가와 변화하는 소비 패턴, 따로 주차장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 등 이유로 매장 수가 급속히 늘고 있다. 하지만 드라이브스루 근로자들은 고객들의 도를 넘는 '갑질' '비매너'에 수난시대를 겪고 있다.

26일 스타벅스·맥도날드 등에 따르면 지난 5월을 기준으로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100여 곳, 맥도날드 역시 국내에 240여 개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전체 매장 440여 곳 중 절반을 넘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이들 드라이브스루 매장엔 '쓰레기 거부' 안내문이 걸리고 있다. 여름휴가철이 되면서 차량 내 쓰레기와 오물 등을 모아 버려달라고 하는 요구가 부쩍 늘어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업무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강남 지역 한 패스트푸드점 드라이브스루 매장의 직원은 "쓰레기를 받지 않는다고 하니 이제는 드라이브스루 통로 안에 아예 오물을 '휙' 투척하고 간다"며 "통로에 곰팡이 핀 음료 폐기물이 쌓여 있어 기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도입된 것은 1992년께다. 벌써 도입 10년이 훌쩍 넘어 전국 곳곳에 드라이브스루 매장이 늘고 있지만 소비자들 '매너'는 여전히 제자리인 셈이다. 담배꽁초·담뱃재를 비롯해 아이들 소변을 뒤처리한 기저귀까지 근무자들이 쉽게 받아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한 드라이브스루 매장의 직원은 "작은 쓰레기통을 주문대 옆에 놓고 근무한 적도 있는데 아이 오줌이 담긴 페트병을 비롯해 기저귀 같은 것까지 막 버리다 보니 1~2시간이 지나면 가득 찼다"고 하소연했다.

드라이브스루 알바생들은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일하는 게 몇 배는 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비단 쓰레기만 문제가 아니다. 일반 매장과 달리 주변에 지켜보는 눈이 없고 일대일 상황이다 보니 고성과 욕설을 일삼는 손님은 물론 경적을 시끄럽게 울리거나 담배를 피우며 주문을 하는 '진상' 고객까지 있다.

대구의 한 맥도날드 드라이브스루 매장에서 일하는 함 모씨(21)는 "'바빠서 자동차 타고 주문하는데 이럴 거면 주문을 받지 말라'며 고함을 지르거나 욕설을 내뱉고 가버리는 손님들이 있어 너무 힘들다"며 "담배 쥔 손으로 돈을 건네는 걸 받다가 담뱃불에 데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드라이브스루 고객 갑질은 주유소 등에서 경험한 한국 특유의 왜곡된 서비스 문화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차량에 탄 채 서비스를 받는 주유소에선 장거리 운전자들을 위해 직원들이 차량의 쓰레기 등을 자발적으로 수거하는 경우도 있어 소비자들이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주유기를 꽂고 주유하는 동안 근무자가 여유가 있고 장갑을 끼고 실외에서 근무하는 주유소와 좁은 실내공간에서 근무자 혼자 일하는 드라이브스루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유독 차량에 타면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평소보다 이기적으로 변하는 운전 문화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어 보인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서비스 종류는 다양화되는 반면 서비스를 받는 시민들 소양은 아직도 '고객이 왕'이라는 과거 고정관념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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